독일의 메칭엔(Metzingen)은 파운데이션 모델보다는 패션 아울렛으로 더 잘 알려진 도시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본사를 둔 **노이라 로보틱스(Neura Robotics)**가 최근 Neuron AI를 전격 공개하며 전 세계 로봇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노이라는 이 모델을 물리적 AI(Physical AI)를 위한 “세계 최고이자 유일한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이라고 야심 차게 정의하며, 기존 로봇 공학의 문법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선전포고를 날렸습니다. 약 14억 달러(한화 약 1조 9천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등에 업은 노이라는 모든 로봇 신체를 제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정한 뇌’를 구축하는 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노이라 로보틱스의 창립자이자 CEO인 다비드 레거(David Reger)는 “지능형 로봇에게는 오감을 통합하고 과거의 경험을 기억할 수 있는 뇌가 필수적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Neuron AI는 바로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Neuron AI의 핵심은 ‘인지-언어-행동(Perception-Language-Action, PLA)’ 모델입니다. 이는 로봇이 단순히 세상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모델은 3D 비전 데이터뿐만 아니라 촉각 및 힘 센서, 오디오, 그리고 로봇 자신의 물리적 상태까지 하나의 통합된 흐름으로 융합해 주변 환경을 완벽하게 이해합니다. 노이라는 “시각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진정으로 유용한 로봇이라면 카메라에는 보이지 않는 나사가 맞물리는 미세한 ‘손맛’을 느끼거나, 커넥터가 제대로 잠길 때 나는 ‘딸깍’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 인공지능 뇌는 노이라가 ‘NEURA Gyms’라 부르는 가상 및 실제 훈련소에서 단련됩니다. 이곳에서 로봇들은 실제 환경의 과업을 연습하고, 센서 수트를 입은 인간의 동작을 학습합니다. 특히 이 모델에는 ‘객체 영속성(Object permanence)‘을 이해하는 핵심 메모리 계층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즉, 물체가 시야에서 사라지더라도 그것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함으로써, 로봇이 복잡한 다단계 작업을 수행할 때 길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노이라 로보틱스는 단순히 영리한 모델 하나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거대한 플랫폼 생태계를 노리고 있습니다. Neuron AI를 자사의 5가지 서로 다른 로봇 폼팩터에 이식하는 것은 물론, 뉴라버스(Neuraverse)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이 직접 미세 조정(Fine-tuning)할 수 있도록 개방했습니다. 이는 하드웨어 제조사가 자체적인 ‘뇌’까지 공급하는 ‘브레인 프로바이더’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입니다. 독자적인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폐쇄형 AI를 구축하는 경쟁사들의 수직 통합 방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셈입니다.
아마존(Amazon), 엔비디아(NVIDIA), 퀄컴(Qualcomm)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노이라는 이 야심 찬 비전을 현실화할 충분한 실탄을 확보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로봇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숙련 시간(time-to-skill)‘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고객이 전체 로봇 군단에 새로운 기능을 즉각적으로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른 기업들이 특정 목적의 기계를 만드는 데 집중할 때, 노이라는 범용 멀티모달 뇌야말로 물리적 AI의 확장을 이끌 핵심 열쇠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