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근지구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무력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피규어 AI(Figure AI, Inc.)**는 자사의 F.03 휴머노이드 로봇이 200시간 연속 택배 분류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부 영상에서 ‘로즈(Rose)‘라는 애칭으로 불린 이 로봇은 브렛 애드콕(Brett Adcock) CEO에 따르면 단 한 번의 고장도 없이 무려 24만 9,558개의 패키지를 자율적으로 분류해냈습니다. 당초 8시간 챌린지로 시작됐던 이 테스트는 기계가 도통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자 기간을 연장한 것인데, 이는 아마 당신의 인간 동료들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기질일 것입니다.
이번 작전의 전 과정은 인간의 개입이나 원격 조종(teleoperation) 없이 피규어의 엔드투엔드(end-to-end) 신경망인 ‘헬릭스 AI(Helix AI)’ 시스템만으로 구동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스트레스 테스트를 넘어, 로봇의 AI 두뇌가 지루함이나 주의 산만함 없이, 그리고 임금 인상 요구도 없이 8일 밤낮을 꼬박 단순 반복 작업에 몰두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입니다. 물론 성과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라이브 스트리밍을 자세히 뜯어보면 완벽하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시청자들은 송장이 바닥을 향하게 놓는 등의 소소한 실수를 포착하기도 했는데, 이는 실제 물류 현장에서는 작지만 유의미한 오류가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번 시연은 공교롭게도 큰 화제를 모았던 ‘인간 대 기계’ 대결 직후에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10시간 동안 진행된 분류 대결에서 인간 인턴은 12,924개를 분류해 12,732개를 처리한 F.03 로봇을 간발의 차로 따돌렸습니다. 평균 속도는 인턴이 개당 2.79초, 로봇이 2.83초였죠.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그 이후였습니다. 인간 경쟁자는 휴식 시간이 필요했고 퇴근 무렵엔 팔이 거의 ‘너덜너덜’해진 반면, 로봇은 그 상태 그대로 무한정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이번 200시간의 사투가 주는 핵심 메시지는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흔들림 없는 ‘초인적 지구력’에 있습니다. 인간은 8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할 수 없지만, 로봇은 가능합니다. 인력난과 높은 이직률로 골머리를 앓는 물류 및 제조 업계에 있어 이것은 그야말로 ‘성배(Holy Grail)‘와도 같습니다. F.03이 지금 당장은 의욕 넘치는 인턴보다 아주 미세하게 느릴지 모르지만, 휴식도 부상도 불평도 없이 24시간 365일 가동될 수 있다는 사실은 노동 경제학의 지각 변동을 예고합니다. “인간이 이기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애드콕 CEO의 호언장담은 마케팅용 허세처럼 들릴지 몰라도, 자동화의 냉혹한 논리가 그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습니다. 속도는 곧 개선될 것이고, 지구력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