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격차" 위기감 느낀 미국, 국가 로봇 위원회 설립 추진

미국 의회가 드디어 “21세기가 이미 한참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Jay Obernolte, 민주당의 Jennifer McClellan, 그리고 Bob Latta 의원이 주도하는 초당적 그룹이 **‘국가 로봇 위원회 법안(National Commission on Robotics Act)’**을 발의했다. 글로벌 로봇 전쟁에서 미국이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 법안은 상무부 산하에 산업계, 학계, 정부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한시적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예 브레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2년. 공급망 리스크부터 인력 부족 문제, 제조업 경쟁력, 그리고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국가 안보 위협까지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의회와 백악관에 전달될 ‘실행 가능한 권고안’이 담긴 최종 보고서로 집대성될 예정이다. Jay Obernolte 의원은 성명을 통해 “로봇 기술이 우리 경제와 제조업, 국가 안보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지금, 미국이 혁신의 글로벌 리더 자리를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실 지난 10년 중 언제 나왔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지극히 당연한 발언이다.

업계의 반응은 예상대로다. “이제라도 다행"이라는 안도 섞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가끔은 엉뚱하면서도 재기발랄한 로봇 개 영상으로 인터넷을 달구는 Boston Dynamics는 이번 법안에 대해 “미국 로봇 산업의 성장과 성공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연방 법안"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국제무인시스템협회(AUVSI)**의 CEO Michael Robbins는 “이 산업에서의 주도권이 차세대 산업 혁명의 승자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게 왜 중요한가?

워싱턴 정가가 위원회를 꾸리고 보고서를 쓰느라 분주한 사이,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은 무서운 속도로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숫자를 보면 미국의 조급함이 단번에 이해된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최신 ‘세계 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제조 현장 내 로봇 밀도(직원 1만 명당 로봇 수)는 295대로 세계 11위에 그쳤다.

이 수치는 세계 1위인 대한민국의 위용 앞에서는 초라해진다. 한국은 직원 1만 명당 무려 1,012대의 로봇을 보유하며 압도적인 격차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독일(429대)과 일본(419대) 역시 미국을 한참 앞서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3위인 중국은 전 세계 나머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산업용 로봇을 새로 설치하며 무서운 기세로 자동화에 올인하고 있다. 이번 위원회 설립은 단순한 혁신 장려를 넘어, 경제와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는 ‘로봇 격차(Robot Gap)‘를 좁히기 위한 미국의 뒤늦은 추격전인 셈이다. 초읽기는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