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이 어디까지 기괴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호주의 한 기업이 GPU를 내다 버리고 AI에 ‘진짜 살아있는 생물학적 뇌’를 이식하기로 했다. 농담이 아니다. 약 80만 개의 인간 신경세포(뉴런)에 고전 게임 *퐁(Pong)*을 가르쳐 화제가 됐던 바이오테크 기업 Cortical Labs가 더 대담한 사고를 쳤다. 이번에는 20만 개의 뉴런에게 악마들이 들끓는 *둠(DOOM)*의 복도를 헤쳐 나가는 법을 가르치더니, 급기야 이 ‘디시브레인(DishBrain, 배양 접시 속 뇌)‘을 거대언어모델(LLM)에 연결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 실리콘 칩 위에서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실제 인간의 뇌세포가 이제 AI가 내뱉는 단어를 직접 선택하고 있다. 이건 단순히 머신러닝의 진보 수준이 아니다. ‘웨트웨어(Wetware)‘라 불리는 생물학적 컴퓨팅의 세계로 발을 들인, 기이하면서도 매혹적이고 한편으론 소름 끼치는 도약이다. 솔직히 말해, 이 기술 옆에 서면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 챗봇은 공학용 계산기 정도로 보일 지경이다.
픽셀 패들에서 지옥의 전장까지
어쩌다 뇌세포가 텍스트를 공동 집필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이해하려면, 우선 Cortical Labs의 전적을 살펴봐야 한다. 2022년, 멜버른에 본사를 둔 이 팀은 ‘디시브레인’ 실험으로 전 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들은 세포를 자극하고 활동을 읽을 수 있는 미세 전극 어레이 위에 뉴런을 배양했다. 퐁의 공 위치를 전기 신호로 보내자, 뉴런들은 단 5분 만에 패들을 조종하기 위해 특정 방식으로 반응하는 법을 터득했다. ‘합성 생물 지능’이 목표 지향적인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놀라운 증거였다.
하지만 퐁은 시작에 불과했다. 테크 업계에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평가하는 오래된 국룰이 하나 있다. 바로 “이걸로 둠 돌아가나요?“라는 질문이다. Cortical Labs는 망설임 없이 다음 단계로 둠을 택했다. 단순한 2D 세상인 퐁에서 3D 환경인 둠으로 넘어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공간 탐색, 위협 감지, 그리고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런은 해냈다. 게임의 비디오 피드는 전기 자극 패턴으로 변환되었고, 뉴런의 반응은 이동이나 사격 같은 게임 내 동작으로 해독되었다. 숙련된 게이머라기보다는 초보자의 서툰 움직임에 가까웠지만, 이 시스템이 훨씬 더 복잡하고 역동적인 작업을 처리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LLM에 깃든 ‘기계 속의 생물학적 유령’
고전 게임을 정복한 이들의 다음 논리적 행보는 뉴런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테크 에반젤리스트 로버트 스코블(Robert Scoble) 등이 공개한 최근 실험에 따르면, 이 뇌세포들은 이제 LLM과 인터페이스를 이루고 있다. 패들이나 해병을 움직이는 대신, 뉴런이 내보내는 전기 신호가 AI가 생성하는 각 토큰(글자나 단어 단위)을 선택하는 데 사용된다.
공개된 영상에는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드 화면에는 자극받는 채널과 그에 따른 뉴런의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표시되며, 뉴런들이 집단적으로 다음 텍스트 조각을 ‘결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전력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실리콘 기반 알고리즘의 전유물이었던 인지적 작업을 생물학적 물질이 수행하는,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장면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생물학적 뉴런과 상호작용하여 그들이 활동을 스스로 수정하도록 강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지능과 유사한 무언가로 이어집니다.” Cortical Labs의 최고과학책임자(CSO) 브렛 케이건(Dr. Brett Kagan) 박사가 이전 연구에 대해 밝힌 소회다.
이번 신기술은 그 상호작용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튕기는 공에 반응하는 것과 언어의 구조화에 참여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왜 굳이 ‘뇌’여야 하는가?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길 것이다. 고성능 GPU만 있으면 LLM을 충분히 돌릴 수 있는데, 왜 굳이 배양 접시 속의 뉴런 20만 개를 살려두느라 고생을 해야 할까? 답은 ‘효율성’과 실리콘의 근본적인 한계에 있다. 인간의 뇌는 고작 20와트(W) 정도의 전력으로 경이로운 계산을 수행한다. 희미한 전구 하나를 켤 정도의 에너지다. 반면 동일한 활동을 시뮬레이션하려는 슈퍼컴퓨터는 수백만 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Cortical Labs를 비롯한 이 분야의 선구자들은 이 놀라운 에너지 효율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 생물학적 시스템은 결정론적이고 이진법적인 전통적 컴퓨터가 흉내 내기 힘든 방식으로 병렬 처리와 적응형 학습에 최적화되어 있다. 살아있는 뉴런과 실리콘을 결합함으로써, 이들은 언젠가 더 빨리 배우고 에너지는 아주 조금만 쓰는 ‘하이브리드 컴퓨팅 아키텍처’를 구축하려 한다.
단순히 더 나은 챗봇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다. 황홍웽(Dr. Hon Weng Chong) CEO가 이끄는 Cortical Labs 팀은 이 기술이 로봇 공학, 개인 맞춤형 의료, 신약 개발에 혁명을 일으킬 미래를 보고 있다. 미리 프로그래밍된 명령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 시스템 특유의 유연한 지능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로봇을 상상해 보라. 혹은 간질 같은 신경계 질환을 앓는 환자의 실제 뉴런을 칩 위에 배양해 다양한 약물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장면을 말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생물학적 시스템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실리콘의 신뢰도 높은 일관성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Cortical Labs가 보여주었듯, 접시 속의 세포 군집은 이미 비디오 게임을 넘어 대화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이 뉴런들이 언젠가 로봇을 조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바로 다음 로드맵에 적힌 항목일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우리를 전율케 하는 동시에, 묘한 두려움을 안겨준다.













